1987년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학생이 감리교신학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31년이 지난 2018년 교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모교 선생님이며 대학원 논문지도를 해 주신 박익수교수님을 모시고 부흥회를 했습니다.
원래 취지는 어번교회를 지켜 온 교우들의 사랑과 헌신이 고마워 이들을 위로하고 앞으로 걸어 갈 10년, 100년의 비젼을 갖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뜻 밖에 저는 너무나 큰 기쁨과 설렘을 갖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을 보는 눈을 다시 일깨워 주셨고, 제가 전공한 성서신학의 중요성을 알려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우들 보다는 오히려 제가 은혜를 받는 시간이 되어 하나님의 은혜와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성서신학을 전공하던 시대는 1990년 중반으로 새로운 2000년대를 바라보면서 급변하는 시기였기에 성서신학을 한다는 것이 신학생들 사이에는 약간 고리타분한 것이고, 답답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제 논문지도 선생님은 성서신학이 어려워 선뜻하지 못하는 것임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가만히 되집어 보았습니다. 학부에서 초급 헬라어를 했고, 이어 중급 헬라어를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성서신학을 전공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헬라어 원전 과목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학부 4년 동안 성서학을 듣기 위한 준비를 완전하 하지 못한 신학생은 대학원에서 성서신학을 전공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박익수교수님 말씀이 신약학 교수님들이 정책적으로 헬라어 과목을 듣는 학생 40%는 F학점을 주시고, 다시 듣게 함으로 헬라어를 더욱 잘 익히도록 했다고 부흥회 기간에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어찌 보면, 목사는 일평생 성경을 가지고 설교를 합니다. 신학교에서 늘 들어왔던 <2000년 전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기에, 2000년 전의 복음을 지금의 시대에 맞게 해석할 책임이 목사에게 있다>는 말이 다시금 생각이 났습니다.
성경을 가지고 설교하는 목사가 성경을 모른다(?). 참으로 어불성설의 모습입니다.
저는 오늘도 성경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주일에 어떤 내용을 가지고 교우들에게 말씀을 전해야 할까 기도하며 고민하는 중입니다.
늘 설교하면서 성경이 전하고자 하는 본래의 의미를 잃어 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서 그 성경을 통해 우리의 삶의 모습과 교회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선생님은 부홍회 마지막 설교를 요한계시록 본문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소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일곱교회에 대해 예수님이 평가하신 내용이었습니다.
궁극적으로 하나님은 이 세상을 평가하십니다. 나라와 민족, 대통령과 정치가들, 기업과 기업가들, 교회와 목사 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예외 없이 하나님은 평가를 하십니다.
지난 10년간의 어번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반백살이 된 제 인생의 삶도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으로 어번교회에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가야 할 미래의 길, 아무도 알지 못하는 길이지만 분명히 아는 것은 어번교회와 제 목회에 대해 하나님은 평가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소아시아 일곱교회에 대해 주님은 어떤 교회는 칭찬하셨고, 어떤 교회는 책망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책망 받은 교회는 잘못을 돌이키라고 경고하셨습니다.
이제 창립 10년을 맞은 어번교회, 그리고 목회를 시작한지 23년 된 제 목회 여정속에서 주님께 칭찬 받을 일과 책망 받은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평가에 대해 어번교회와 제가 무엇을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 지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주님으로부터 <잘했다> 칭찬받는 교회와 목사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