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잉글랜드 지방에서 같이 계셨던 목사님의 글인데, 추석을 앞두고 공감이 되어 옮겨 적었습니다.
“가족”
(김동선 목사)
추석이 다가옵니다. 타향살이를 하다보니 고향산천과 그리운 가족들이 보고프지만, 명절이란 절기가 닥치면 그리움과 함께 경제적 이유라는 핑계로, 평생 불효자란 자책이 심해져 우울합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자식에게 부모는 어떤 존재이고, 부모에게 자식이란 또 무엇일까요?
미국에 온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싶지만, 무엇보다도 언어의 장벽 때문에 고생을 하는 저로서는 아이들이 의지가 되고, 이제 두 아들 모두 장성하여 부모 품을 떠나가 독립을 하게 되니, 그 허전함과 두려움은… 시작일 뿐인데, 참 어렵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고, 이민자로서 자립하려면 또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까를 생각하면 절로 기도가 나오고,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엊그제 아내와 함께 프랑스 가족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부모와 자식의 입장은 저렇겠구나’ ‘우리 아이들도 저런 마음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본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미라클 벨리에” (La Famille Belier, The Belier Family)입니다. 마지막에 딸이 심사위원들 앞에서 수화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 “비상”은 큰 감동으로 여운이 깊습니다.
농장에서 소를 키우며 사는 가족이 있습니다. 부모와 동생이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합니다. 가족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딸은 공부하랴, 농장을 도우랴 늘 바쁘고 피곤합니다. 그런 딸에게 가슴뛰는 일이 벌어지는데, 그것은 파리에서 전학을 온 남학생 때문입니다. 그가 합창부에 가입하는 것을 보고 그녀도 가입합니다. 한 번도 소리 내어 노래한 적 없었음에도 그녀의 천재적 재능을 파악한 음악 선생님은 파리에 있는 합창학교 오디션을 제안하고, 남자 친구와 듀엣 공연의 기회까지 허락합니다.
하지만 듣지못하고 말할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이어주는 역할을 아는 딸은 자신이 갑작스레 떠나면 가족들에게 찾아올 혼란을 걱정합니다. 게다가 부모의 입장에서는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의 통로인 딸이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딸에 대한 사랑, 염려… 이런 여러가지 현실에서 갈등하다 온식구들이 함께 오디션을 보기위해 파리로 출발하는 스토리입니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해요. 오늘부터는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도망치는게 아니에요, 날개를 펴는 거에요. 부디 아시길 바래요. 비상(飛翔)하는 거에요. 날아가요, 날아 올라요…”
이민자로 살면서 여기서 공부를 하지 않은 부모 세대는 영화에 나오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주인공 딸의 부모와 비슷합니다. 또한 이런 부모를 둔 자녀들은 영화속 주인공의 마음과 비슷할거구요…. 보는내내 우리 처지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평생 아이로 가슴에 남고, 자식에게 늙어가는 부모는 마음 한 켠 걱정거리입니다. 그러면서도 보내야 하고, 떠나야 하는게 가족이겠지요. 가족에게 소중한 것은 “서로에 대한 따뜻함”이 아닐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keP-TJ9R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