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같은 시간에 새벽기도를 갔습니다. 오늘 새벽은 조금 쌀쌀하여 서리가 내려 항상 차를 밖에 두시는 장로님이 새벽 운전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로님은 같은 시간에 새벽기도를 오셨습니다.
찬송를 부르고 성경을 읽어 가는 도중에, 장로님의 목소리가 평소와 같이 않고, 목이 많이 잠기신 것 같았습니다. 설교를 끝내고 “장로님 감기 걸리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장로님이 “조금 컨디션이 좋지 않아요. 아마도 감기가 걸린 것 같아요”라고 대답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장로님에게 ‘그럼 내일 새벽기도는 나오지 마시고 집에서 쉬시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옆에 계시던 권사님이 오늘도 가시지 말라고 했는데 목사님이 혼자 나와 기도하시는데 어떻게 안 나가냐고 고집을 부리시고 나오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럼 저도 내일 안 나올 때니 장로님도 쉬세요”. 그러자 장로님이 “정말 목사님 안 나오실 거지요? 제가 내일 새벽에 교회에 불이 켜져 있나 확인 하려 올 거예요”라고 하셔서 제가 정말 저도 안 나올 것이니 걱정 마시고 푹 쉬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장로님의 모습과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제 맘 속에 드는 생각은 ‘장로님이 젊은 시절에 만났던 목사님들은 참 행복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 홀로 새벽에 나와 제단을 지키는 것이 안타까워 자신의 몸도 불편한 가운데서도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고 나오시는 장로님을 보면서 목사인 제가 은혜를 받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장로님이 종종 자신이 몸도 건강치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목사님에게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한다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장로님의 마음 만으로도 목회에 지치지 않고 힘이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집사람과 나누면서 몇 십년 전만 해도 장로님과 같이 목사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펴 주시는 분들이 교회에 많이 계셨는데, 요즘 시대에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시대임을 안타깝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목사와 성도의 관계는 어느 한 쪽이 무조건 잘해서 만들어지는 관계는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해야 하는 관계입니다. 그저 일주일에 한번 주일에 설교를 통해서 만나는 만남이 아니라 늘 생각하고 기도하고 서로 교감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도 교우들의 가정과 출근길을 위해 기도하면서 저 스스로 교인들을 얼마나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었는가 자문해 봤습니다. 목사가 단순히 직업이 아닌 하나님의 주신 사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제 마음에 새기게 되고, 이 직임을 감당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기를 오늘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