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교우 여러분들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적인 생활과 생활의 방식이 제한 된 지 일주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로 접어 들고 있지만, 미국의 상황은 이제 점차로 확대되어 가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약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전염병을 차단하는 것은 서로 밀접하게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많은 나라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강조점을 두고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알라바마 보건 당국은 4월 5일까지 25명 이상 모이는 모임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고, 알라바마의 모든 해변도 폐쇄를 했습니다.
이에 발 맞춰 저희 교회도 4월 5일(주일)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 예배를 동시에 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지난 주 오프라인 예배에 25분이 오시지 않아 주 정부의 권고 사항을 위반하지는 않았습니다.
부득불 많은 교회가 정부의 권고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온라인 예배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암튼 지금의 상황에서는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원래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의 ‘슴겨진 차원(The Hidden Dimension’에서 소개한 개념으로, 인간과 인간들의 심리적 관계를 거리로 표상화한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를 인간관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1단계는 매우 친밀한 거리인데 팔뚝 하나 정도의 거리(0-46cm)입니다. 이는 가족이나 연인 사이의 거리입니다. 2단계는 다소 친밀한 관계로 한 걸음 반 정도의 거리(46-120cm)입니다. 가까운 친구가 이 범위 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3단계는 두 걸음 내지 세 걸음 정도의 거리(120-360cm)인데, 평소 업무상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지키는 거리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4단계는 세 걸음 이상의 거리로(360cm-)로 공연자, 강사와 청중의 거리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제가 페이스북을 하다 보면 어느날 느닷없이 제게 친구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제가 도무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면 저는 바로 친구 요청을 거절합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기는 한데 평소에 친분이 없던 분들과는 망설이다가 친구 요청을 받아 들이곤 합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어번교회안에 있는 성도들 간의 심리적 거리는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심리적 거리는 가까워지고 싶다고 그냥 가까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상대방과 함께 공유하는 역사(histroy)가 있어야 하고, 이 역사가 켜켜히 쌓여 갈 때 비로서 몇 cm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수십년간 해로한 부부를 보면 압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역사로 쌓아왔는가? 고통의 시간들, 인내와 단련의 시간들, 그 틈 사이 사이를 메워온 사랑과 배려의 시간들… 이 모든 것이 쌓여 그들만의 역사가 됩니다. 그러니 그들은 한 팔 안에 끌어안고 살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사회적 거리가 허락되는 것입니다.
집사람과 가끔 음악회를 갑니다. 음악회를 가면 음악도 듣지만 저희 부부는 함께 온 사람들의 모습도 살피곤 합니다. 그 가운데 유독 저희 부부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나이 많은 노부부가 다정히 손을 잡고 음악회를 오는 모습입니다. 때로는 배우자가 거동이 불편해서 부축이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인생의 노년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지고 우리도 이렇게 늙어가자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한 공간 안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각자 가정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립니다. 물리적 거리로 본다면 지금 우리는 4단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 넘는 기도의 공동체임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비록 지금 공간적으로는 4단계이지만, 영적으로는 1단계를 뛰어 넘는 0단계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교회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가 있습니다.
흔히 “작지만 강하다”는 말을 합니다. 저는 어번교회가 “작지만 강한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저 일주일에 한번 한 공간 안에서 예배 드리는 관계를 가지고는 결코 ‘작지만 강한 교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멀리 있어도 함께 기도하고 잊지 않는 관계이어야, 분명 어번교회는 “작지만 강한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이 과정에서 어번 공동체 안에 있는 성도들 간에, 그리고 목회자와 성도들 간에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역사를 만들기를 기도합니다.
서로 상호간의 거리를 존중하고 성찰하여 이 어려운 시국에 기도와 사랑을 가지고 마음 속의 장벽을 헐고 하나님의 주신 사랑의 띠로 온전히 하나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2020년 3월 20일
어번교회 담임목사 이병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