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70년대와 80년대는 절약이 강조되던 모든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수시로 절약에 관한 포스터와 표어를 만들게 했고 학교 곳곳엔 불조심이라는 포스터와 함께 물건을 아껴 쓰자라는 문구가 붙어있었습니다.


당시 학생들에게 몽당연필은 깨나 익숙했고 그 유명한 모나미 153볼펜을 다 쓰면 심을 사서 갈아 끼워서 쓰던 게 일반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시대였기 때문에 값비싼 몽블랑이나 파카 같은 만년필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은 부러움을 샀고 필통 속에 몽당연필만 가득 찬 친구들은 부끄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몽당연필과 같습니다. 거의 다 써버린 연필이라 가치가 없어진 것 같아도 볼펜깍지를 끼워 생명력을 불어넣으면 가지고 있는 전부를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초라해 보이는 삶에 무엇을 덧대는가를 통해 가장 의미 있는 삶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그 자체로는 몽당연필처럼 부족하고 나약하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손이 우리의 인생에 덧대어져서 얼마 가진 것이 없는 우리의 인생의 짧은 연필심을 사용할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손에 들려진 선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몽당연필의 가치는 버려지느냐 사용되고 있느냐를 통해 결정되는 겁니다. 깨져버린 값비싼 그릇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값싼 질그릇보다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성도들의 삶의 가치는 세상의 가치로 메길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손에 들려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짧고 초라해 보이는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자격지심에 빠질 때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야 할 때입니다. 주님이 붙잡으시면 하나님의 사람이 될 것이고 우리의 하는 일은 하나님의 거룩한 사역이 될 것이고 초라하던 인생은 거룩한 성도의 삶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