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년필에 잉크를 넣다가 한 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오래되어 굳어 버린 잉크를 닦아내려고 화장실에 들어가 수돗물에 만년필의 촉을 살짝 갖다 대었는데 글쎄 화장실 싱크의 물은 온통 푸른색이 되어버렸습니다. 깜짝 놀라 만년필과 싱크를 닦아내면서 잉크 한 방울이 물을 흐려놓듯이 인생의 작은 실수와 오점 하나가 평생의 수고와 노력으로 쌓은 삶의 전부를 흩뜨려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죄가 바로 잉크 한 방울입니다. 아담과 하와의 인생을 망쳐놓은 것을 넘어서 인류를 죄 가운데 살게 한 것 말입니다. 어쩌면 지금 이루가 경험하고 있는 고난과 역경들은 우리가 한 때 우리의 인생에 떨어뜨린 잉크 한 방울의 결과들일 것입니다.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가 낭패를 보게 된 것이죠.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서 우리는 고난과 씨름하는 겁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로 인해서 또 떨어진 잉크 방울로 인해서 우리는 자포자기하거나 낙심합니다. 우리의 경험상 숟가락으로는 싱크에 찬 잉크가 번져버린 물을 깨끗하게 만들지 못하는 걸 알기에 더 낙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노력을 안 할 수도 없고 노력해도 안 되는 상황을 경험을 하면서 심지어 우리는 더 이상 깨끗하게 살기를 포기하기까지 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죄의 권세입니다.
물론 에베소교회의 성도들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바울이 말한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은 그렇게 하나님이 없고 소망도 없던 우리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의 선물을 허락하셨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우리의 잔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 부어지면 죄로 가득 차고 더러워졌던 우리의 삶이 깨끗해질 수 있음을 압니다.
그러나 더럽히고 깨끗하게 씻는 것보다 죄의 잉크 방울을 쉽게 생각하여 자신의 생명의 잔에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복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과 신앙생활을 더럽히는 죄라는 잉크 방울을 조심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