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와 나중의 차이는 구별됨의 차이다. 먼저 떼어 놓는 것과 쓸데 쓰고 남은 것은 그 분량이 같다고 해도 같은 것일 수가 없다. 우리는 성경에서 그 의미를 분명히 확인해 볼 수 있다. 예컨대, 십일조나 제물은 항상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흠이 없는 것을 하나님을 위해 먼저 구별하여 떼어내어 드리게 되어 있고 하나님의 사람은 수많은 사람 가운데 먼저 구별되어 세움을 받은 사람을 의미한다. 나실인이라든지 선지자나 왕들은 그런 방식으로 먼저 구별된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먼저 구별한다는 말은 거룩함이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가 먼저 퍼서 아랫목 이불 밑에 넣어두신 아버지의 밥은 식구들이 저녁식사를 한 후 남은 밥 한 그릇과 결코 같은 밥일 수가 없었다. 그 밥엔 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고 그렇게 밥을 먼저 구별하여 놓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고 사랑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이렇게 하는 일은 우리의 일상 생활의 일부이지만 그런 삶의 가치는 돈으로 셀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를 위해 밥 한 그릇도 구별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당연히 하나님 아버지를 위해 드리는 모든 것들은 먼저 구별하여 드릴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에게 남은 밥을 주는 것이 건강한 가정의 모습이 아닌 것처럼 피조물인 우리가 사용하고 남은 것들을 하나님께 드리는 일은 아무리 많은 양의 헌물을 드리든 거룩한 것일 수 없다. 구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