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5일
강윤구 목사
최근 가족과 성도 중에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는 분들이 생기면서 어느덧 병원은 나에게 익숙한 곳이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병원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세 종류의 대상을 만나게 되었다. 죽음의 문턱에 선 사람과 생명을 살리려는 사람 그리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똑바로 보지 못했던 내 자신과 눈 씻고 봐도 보이지 않던 분을 더 뚜렷이 만나게 되었다.
병원에서 사람들을 살피기 전에 내가 만난 사람들은 교회 다니는 사람과 다니지 않는 사람으로 구별되곤 했다. 아니면 미국인과 한인으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와 불법체류자로 구별되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문제 앞에 선 사람들은 진실해져야만 했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야 했고 인간의 유한함과 연약함을 인정해야 했다. 그것은 환자나 가족뿐 아니라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의료진이나 매한가지다.
환자가 병원에 가는 이유는 병원의 의료진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목숨을 이어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가족이 병원을 찾는 이유도 의료진의 도움 속에 가족이 건강을 되찾는 걸 보기 위해서이다. 병원에 가족과 성도를 심방하며 나도 같은 마음을 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생명의 문제를 두고 깊이 묵상하고 기도하고 죽음과 질병의 실존적인 현실을 깊이 대하면서 뜻밖의 대상을 만나게 되었으니 이 분은 우리의 창조주요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이다. 43년이 넘게 잊고 지냈던 내 호흡의 주인을 만난 것이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숨어계셨기 때문일까? 아니었다. 그분이 어떤 분인지 깊이 생각하지도 못했고 인정하지도 못한 채 살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눈은 항상 보고 싶은 대상을 향하게 되어있다. 하나님을 찾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이가 생명의 주인과 마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성경을 보면 심지어 그분이 눈 앞에서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셔도 살리시겠다고 손을 잡으라 하셔도 그분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 더 이기적이고 바쁜 시대를 사는 오늘의 사람들은 오죽할까?
아마도 이 세상에서 장수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생명의 주인과 마주대하는 일일이 아닐까 싶다. 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의 시간을 연장해 가는 일보다 하나님을 경험하고 그분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일이 더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는 게 더 현명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어쩌면 우리에게 주신 유한함과 연약함은 생명의 주인을 만나도록 돕는 선한 도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