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322일

강윤구 목사

 

믿음의 길은 엠마오로 가는 길과 같다. 개인적인 바람에서 시작한 믿음의 길은 좌절과 실망으로 인한 낙심의 길이 되기 일쑤이기도 하거니와 또한 그 낙심한 자들과 여전히 동행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통해 바람과 소망에서 시작한 길이 참된 믿음의 길로 돌이킬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누가복음 24장에는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 이후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두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3년여의 개인적인 시간을 예수님과 함께 하는데 헌신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많이 낙심하고 아쉬웠을 3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두 사람은 엠마오를 향했던 것이다. 예수님이 무슨 얘기를 서로 나누고 있었냐며 이 두 사람의 길에 끼어 들으셨을 때 그들은 슬픈 낯빛을 하고 있었다고 성경이 기록하고 있는 걸 보면 그들의 아쉬움과 허망함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더니 둘은 예수님과 관련한 얘기를 예수님께 말했다. 능하셨던 선지자였는데 대제사장과 관리들이 종교재판과 사법재판을 걸어 십자가에 달아 죽인 일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들이 예수님을 구원자이길 바랬지만 이미 십자가에 달려 장사 지낸 지 사흘이 되었다는 일, 또한 몇 여인이 무덤에 갔으나 비어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었다.

3년 동안 예수님이 메시아기를 바라면서 좇았다가 실망한 제자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은 패배와 실패임에 틀림없어 보였는데 비어있는 무덤의 상황을 어찌 이해해야 하는지 몰랐고 실망과 혼란 속에 헌신과 사역의 자리에서 벗어나 엠마오로 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믿음 생활의 모습은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이 예수님께 들려주었던 제자들의 이야기와 너무 흡사하다. 자신의 판단과 바람에서 시작한 믿음 생활 그리고 낙심과 혼란이다.

그런데 이 엠마오로 가는 길에 관한 성경의 기록을 통해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마주할 수 있다. 바로 그 혼란과 좌절과 방황의 길에 예수님께서 동행해 주셨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모든 얘기를 들어주시고 우리에게 필요한 말씀을 해 주셨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개인적 바람과 소망은 믿음에 뿌리박고 있지 않는 한 결코 믿음일 수 없다. 예수님은 두 제자에게 미련하고 선지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마음에 더디 믿는 자들이여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자기의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니냐라고 하셨다. 예수님의 말씀대로라면 3년간 이 제자들은 충분히 믿지 못하고 더디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생각한 믿음은 자신들의 관심과 욕심에서 시작된 바람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3년간 자신의 바람이 현실이 되길 기다리면 예수님을 따라다녔을 뿐이고 그 바램이 현실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순간 낙심하여 과거로 돌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믿음 생활의 진짜 문제를 확인하게 된다. 예수님이 구원자가 아닌 것 같은 상황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아직도 믿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 문제라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깨닫게 하시는 주님은 예수님을 몰라본 채 걷고 있는 우리 옆에서 오늘도 함께 걷고 계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