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6일

강윤구 목사



제자리를 찾아가는 일은 고된 일이다.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도시 곳곳의 화단에는 모판 안에서 가지런하고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던 꽃들이 이제는 제자리로 옮겨져 모종되고 있다. 모판에서 잘 자라고 있는 꽃나무들을 보면 그 자리가 가장 아름다워 보이고 꽃들은 그 모판 안에서 자라야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모판 가운데 자라던 식물이 열매를 맺으려면 결국 그 모판에서 떨어져 나와야 하고 정원이나 밭 등 제자리에 심겨야 하는 필연적인 과정이 있는 법이다. 열매를 맺으려면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흡수하여 성장하도록 자신에게 할당된 자리에 자리잡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인생도 꽃이나 나무가 모종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좋은 가정에서 곱게 자란 모종과도 같은 젊은이들을 보자. 그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하고 그 자리에 심겨야 한다. 제자리가 아닌 곳에 자리를 잡으면 마치 밭에 심겨야 할 배추가 물이 고인 논에 파종된 후 썩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주어진 은사와 사명이라는 열매들은 제대로 쓰이지도 못한 채 썩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익숙한 모판에 계속 안주하면 성장할 공간도 없고 열매 맺어도 쓸모 없는 열매만 맺게 된다.


아마도 제자리를 찾는 일이 고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자리라고 생각했던 기득권과 안락함, 익숙함 등 자신이 뿌리내렸던 곳을 포기하고 익숙하지 않고 불편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고통스럽고 인내가 필요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뿌리박고 있던 삶이 모판에서 자라던 삶이라면 세상의 메마른 땅을 파내고 돌을 걷어내고 심기우는 과정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고 사명을 이루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신앙의 성장은 곧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명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예수 그리스도 안에 뿌리내려서 영적인 모종이 될 수 있을 만큼 건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주님이 파송하시는 곳에 모종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모종될 때를 놓치면 안 된다. 많은 신앙인들은 자신이 이 따를 계산하여 늦추다가 낭패를 보기 일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때와 장소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몫이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종뿐이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성장을 멈춘 주님의 일꾼들이 주님이 보내신 제자리를 찾아가는 귀한 일이 성도의 일이라면 그 자리를 알려주고 기도와 양육으로 돕는 일은 목회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주님이 알아서 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