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구 목사


     한국교회사에서 찾아낼 수 있는 자랑스런 전통 중에는 “성미”가 있다. 얼핏 보면 성미는 그저 가정마다 쌀을 모아 목회자의 생활을 돕던 과거 한국교회에서 생겨난 전통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성미는 역사적으로도 신앙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190411월 평양에서는 감리교회 북부지방 사경회가 열렸다. 이때 스크랜튼 선교사는 “자급”이라는 주제를 제시했고 사경회에 참석한 각 지역의 참석자 100여명이 모여 논의한 끝에 한국과 세계선교역사에 다시 없을 매우 특별한 교회 전통을 만들었다. 우리가 ‘성미’라고 부르는 소위 쌀을 모아서 사역자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전통을 만든 것이다.

     원래 성미는 한국인들의 정서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무교신앙에서 나온 우두미교와 한국내 자생종교인 천도교의 것이었다. 그래서 그 시대의 어머니들은‘성주’라고 부르는 집지킴이 신에게 바치는 쌀을 매일 가족수대로 한 숟가락씩 모아 성주단지라고 부르는 단지에 모아 달별로(월성) 또는 일년에 한 번(연성) 천도교당에 바쳤다. 즉 원래 미신을 믿는 우상숭배와 자기자신만의 행복을 위한 지극히 이기적인 목적에서 행하던 미신 행위일 뿐이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삶이 바뀐 조선의 성도들은 예수로 인하여 그들의 삶의 방식 모두를 바꾸었다. 미신과 주술에 따라 우상에게 바치던 쌀을 교회의 자립과 성장을 위해 하나님께 드렸다. 선교사들의 도움으로만 이루어지던 교회의 선교사역과 교역자의 생계유지를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성도들 스스로 감당하고자 했다. 자발적으로 헌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성주단지 또는 신주단지라 불리던 우상에게 바치기 위해 쌀을 모아두던 항아리는 주님을 위한 ‘주 단지’(Lord’s Pot)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자신이 복 받기 위해 하던 미신행위를 그만두자 하나님의 일과 그 일을 하는 사역자들을 위한 헌신과 봉헌, 즉 주의 나라와 의를 위한 예배자의 헌신으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신주단지 위에는 십자가가 새겨졌다.

     그러므로 이제 성미와 주의 단지를 추억하며 우리의 우상으로 바뀐 우리 자신과 우리의 소욕과 탐심으로 집착하는 것들과 우리의 죄 많은 심령 위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세워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