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구 목사



        과거 보스톤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한 겨울 보스톤 다운타운에 있는 Filene’s Basement에서 해마다 열리는 the Running of the Brides라는 행사를 목격한 적이 있다. 그 추운 보스톤의 한 겨울 날씨에 사람들은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백화점의 출입문이 열리면 수천 불을 호가하는 신부드레스들을 단 몇 백 불에 구입하기 위해 수많은 여성 고객들은 올림픽 육상의 스프린터처럼 뛰기 시작했다. 그곳에 관절염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값비싼 상품을 헐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기쁨이 관절을 아픔도 잊게 해주는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듯 보였다.

        사람들은 값없이 귀한 것을 얻는 자리라면 잠도 안 자고 기다린다. 사람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울 준비도 한다. 뛰다 넘어져도 주저앉아서 아프다고 힘들다고 푸념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 앞에 결려 있는 수천 벌의 값비싼 드레스들은 그들의 일상과 마음과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빼앗아 가지만 사람들은 결코 자신의 일상을 빼앗겼다고 화를 내지 않는다. 그곳에서 단 돈 100불에 건진 수천 불짜리 드레스는 그들의 결혼 생활과 미래를 축복해 주는 듯 느껴지고 모두들 영원한 행복을 얻은 사람마냥 천국에 사는 사람 같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이제 그 백화점은 망하고 말았다. 1947년부터 열리던 그 행사는 경영난으로 파산한 백화점의 사정으로 역사 속에만 존재한다. 사람들에게 영원한 기쁨을 줄 것 같던 신부 드레스는 꿈이 깨져버린 결혼 생활 속에서 아쉬움과 슬픔의 아이콘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라 믿고 기쁨이라 믿고 횡재라 믿으며 뛰어가서 얻어낸 많은 것들은 그들의 기대만큼이나 큰 상처와 불신과 패배감을 안겼을 뿐이고, 이제 사람들은 더 지속적인 기쁨을 얻고자 마약과 도박과 알코올과 쇼핑 등에 빠져 이미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후회와 상실감을 주지 않는 더 복된 자리는 없는 것일까?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가 증언하고 몸으로 보여준 하나님 나라의 비밀과 죄 사함의 은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만물과 인류를 창조하신 조물주 하나님께서 당신께로 나아오는 자에게 조건 없이 베푸시는 은혜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당혹스러운 사실은 썩어 없어지고 유행에 따라 쓸모 없어질 드레스 한 벌을 얻고자 뛰는 사람들이 영원한 하나님의 은혜를 값없이 얻을 수 있는 기회에도 한걸음조차 쉬이 내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영혼의 갈증과 갈급함에 지친 우리는 값없이 주어지는 영원한 하나님의 은혜를 향해 뛰어야 할 때다. 그 은혜를 향해 가는 길은 넘어져도 넘어질 가치가 있는 길이다. 이젠 일단 뛰어볼 때가 아니다. 나의 영혼을 향한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에 따라 살기 위해 뛰어야 한다. 하나님께 예배하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사명을 감당하는 일을 향해 하나님의 은혜를 향해 뛰어야 할 때다. 성도는 하나님의 은혜를 향해 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