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성경학교

 

2015920

 

몇 달 전 내가 아는 한 목사님의 교회에서는 나이든 집사님, 권사님들이 참여한 추억의 성경학교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내가 우연히 보게 되었다. 갑자기 1970년대 80년대의 여름이 떠오른다. 열정, 열기, 그리고 헌신. 그렇게도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네 친구들과 함께 교회로 몰려갔다. 그곳에선 엄마나 아빠 또는 삼촌이나 이모였던 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는 성경학교 교사가 되었고, 다른 조에 있는 아이들보다 간식을 먼저 먹기 위해 성경구절을 암기하던 아이들에겐 학교에서1등이다 꼴등이다 하는 수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놀라운 건 그 자리엔 엄마가 무당이었던 같은 반 친구도 와 있었다. 아이들만을 위한 잔치에 빠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특정 선교회 소속의 전문 동요 작곡가가 해마다 주제곡을 만들고 있지만 과거 감리교회에서는 언제나 단 하나의 여름성경학교 교가를 불렀다. “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아침 해 명랑하게 솟아오른다. 손에 손을 마주잡은 우리 어린이 발걸음 가벼웁게 찾아가는 길~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아~ 진리의 성경말씀 배우러 가자.” , 이 노랫말이 입술을 스치면 35년 전 여름으로 돌아가고 아직도 가슴이 요동치는 것을 느낀다.

? 왜 그 시절의 성경학교가 그리울까? 소망과 기대가 사라지고 세상의 넘치는 정보와 물질적인 풍요가 우리의 영을 사로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시절의 성경학교는 모든 게 좋았다고 느끼지만 그 시절의 성경학교 간식은 아이차라고 불리던 아이스크림을 반으로 자른 것이거나 초코파이 하나였고, 성경학교의 교사로 나선 권사님이 부르는 찬양과 율동의 몸짓은 틀리기 일쑤였지만 오늘날 유명한 아이돌 가수의 노래와 몸짓만큼이나 아이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었다.

그 당시 아이들은 부족하고 어설퍼도 실망하지 않았고 지루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녀들과 부모는 웬만해서는 만족을 모른다. 수많은 성경공부 교재와 세미나 자료는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유명한 목사님의 설교나 유명한 복음성가 가수의 찬양은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들을 수 있지만 찬양은 복음성가 가수가 부르는 노래일 뿐 자신이 부르고 함께 부르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형 교회에는 없는 시설이 없다.

그렇다면 왜? 왜 모든 것을 갖춘 교회와 많은 것을 이미 누리고 사는 가정에서 우리는 기쁨과 열정과 소망을 잃어버렸을까? 잔치자리가 사라지고 무미건조하고 기계적인 회식자리처럼 생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나누는 자리는 사라지고 저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말씀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도 즐겨 먹지 않기 때문이다. 잔치자리는 동네 거지도 지나가는 과객도 한 상 얻어먹을 수 있는 곳이고, 모든 죄과나 신분의 고하나 배움의 길고 짧음이 중요하지 않은 곳이다. 그곳에서는 보통 음식이 떨어지도록 먹지만 음식이 떨어지도록 먹어도 불행하지는 않았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영과 육을 위한 잔치 음식이다. 이 말씀은 반드시 나누어 먹어야 하고 그러면서 깨달아지는 은혜는 감사와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 그러므로 이 당연한 말씀의 잔치자리, 추억의 성경학교를 우리의 영혼을 위해 다시 열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