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손

 

20151011

 

신앙적인 성숙을 조금이라도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하나님의 손에 대해 묵상하게 된다. 인간의 이성과 과학으로는 만들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천지만물을 직접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의 손을 말이다. 인생의 험한 파도 속에 빠진 나를 건져주신 손을, 아직도 붙잡아 지탱해주시는 그분의 손을, 나를 위해 험한 십자가를 지시고 채찍에 맞으시느라 쏟은 피로 흔건한 예수 그리스도의 손을 묵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철 없고 핏덩이와 같다가 우리에게 쏟아 부은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면서 나를 돌봐주신 그분들의 손을 쳐다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자아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집중하던 인생의 철부지 시절엔 미처 깨닫지 못하다가 나중에 깨닫고 보면 어머니의 손은 더 이상 고왔던 여인의 손이 아니고 자녀를 위해 헌신하느라 거칠어져 있다. 그 손가락은 세월의 무게를 버텨내어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려 휘어져버렸다. 십자가에 못박혔던 예수 그리스도의 피 묻은 손은 어떨까? 철이 들고나서야 어머니의 사랑과 손길이 보이듯이 영적으로 성숙해져야 하나님의 손이 보인다. 그래서 인생은 깨달아지는 순간에야 그 은혜를 아는 법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깨닫기 이전의 우리에겐 오직 내 앞의 현실과 씨름하는 나의 손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역사를 들여다보아도 사람의 역사만 보인다. 인간의 노력과 땀, 내 자신의 수고와 인내만 보인다. 하지만 거듭난 사람, 예수로 인하여 변화된 사람은 그 동안 보지 못했던 하나님의 사랑의 손, 은혜의 손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모의 손, 나의 손 또는 어느 누군가의 손으로 이루어낸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손길이 없이 있을 수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의 나 된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해야 한다. 비록 농부가 땀을 흘리며 심고 거두지만 씨앗이 발아해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실제적인 모든 것은 하나님의 손이 하시는 일이다. 하나님의 행하심이 없으면 농부가 뿌린 씨앗은 땅에 묻혀진 채 썩어버릴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인류의 역사(history)는 곧 하나님의 이야기(His story)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픔의 역사이든 성공의 역사이든 마찬가지다. 모든 역사는 사람의 손만으로 만들어낸 역사가 아니다. 오히려 항상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지탱하시고 구원하시고 회복시키신 역사이고 그 역사는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을 빼고 설명하면 반쪽 짜리 역사가 된다.

그러므로 나의 나 됨을 하나님의 손으로 만드신 바라고 고백해 보자.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들을 하나님의 손에 맡겨 보자. 그리고 그분이 어떻게 행하시는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