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처럼?

 

122015

 

인간은 가끔 짐승과 비교되곤 한다. 대개 짐승과 비교하는 이유는 인간이 짐승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짐승이 가지고 있지 않은 지능이나 도덕성, 역사의식, 종교성 등을 가진 인간이 당연히 짐승보다 우월하다는 다소 상식적인 이해가 그 이면에 존재한다. 예컨대, 우리는 인간다운 삶의 질서와 규범이나 사랑이나 우애를 모르는 사람, 또는 은혜를 잊은 사람을 빗대어 말할 때 이런 금수 같은 놈또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짐승 같다거나 짐승만도 못하다는 건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존재가 되었다는 표현인 것이다. 하지만 고도로 발전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결코 모든 의미에서 짐승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간은 분명 짐승은 갖지 못한 숭고한 사랑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고 문화를 창조할 능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는 말이 곧 실제로 모든 인간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짐승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랑이나 충성심, 또는 의리가 사람이 가진 것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서 뭔가 인간답지 못함을 짐승에 비유한다는 것은 깊은 의미에서 볼 때 옳지 못한 것 같다.

실제로 인간이 키우는 반려견들을 보면 주인의 능력, 외모, 배경 등에 상관 없이 끝까지 주인의 곁을 지키고 주인을 반겨주고 주인을 기쁘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반면, 인간은 수시로 계약도 어기고, 의리도 깨고, 사랑하는 맘도 변심해 버리는 등 진실함과 충성심 등에 있어서 결코 짐승보다 나은 존재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인간은 짐승이 하는 만큼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존스 합킨스대학에서는Carlos Mora라는 사람의 장애인 안내견인 Kirsh라는 개에게Mental Health Counseling 분야의 명예석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 이유는 커쉬가 자신의 주인이 석사학위 과정을 듣는 모든 수업시간에 함께 했고 그 주인의 옆자리를 지켰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개가 상담 분야에서 무엇인가 배워서 전문가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 주인의 곁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수업시간 동안 지켜주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점에서 그 주인에 대한 의리와 사랑은 칭찬 받을만한 것이다.

그러나 짐승들과 달리 창조주 하나님을 알고 예배할 줄 아는 우리 인간은 오히려 그 신앙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순종하고 주님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 걷는 일에서 진실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이제는 문득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고 그 계명에 순종하는 일에 있어서 짐승만큼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양만큼만 우리의 목자 되신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강절의 시간과 이 땅에 인간의 형상을 입고 우리의 삶 가운데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성탄절의 시간이 더 풍요롭고 복된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