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속지말자

 

122715

 

인간의 역사에서 수의 발견만큼이나 의미 있고 중요한 역사도 없다. 수의 개념이 정립되면서 계산도 측정도 가능해졌고 그 결과로 인해 수학, 철학, 건축 등의 학문을 넘어 인류의 과학과 문명의 발전이 가능해졌고 이것은 가히 만류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능력이라고 부를만하다. 때론 숫자들에 관심을 하면서 현재의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볼 수도 있고 미래를 향한 가능성이나 불안을 수치화할 수 있다. 현대 문명의 발전에 따라 인간은 삶의 실존적인 문제를 숫자로 대체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졌고 그 과정 중에 현실과 숫자의 신화 사이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숫자는 어디까지나 개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라고 부르는 것은 쪼개고 도 쪼개다 보면 둘도 되고 셋도 될 수 있고 백도 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숫자에 대한 맹신은 이제 하나님을 믿는 신앙 이상의 믿음이 되어가고 있다. 때로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조차 수치화하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의 은혜를 경제적인 부의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은 절대로 숫자의 개념을 가지고 이해할 수 없다. 하나님은 인간의 개념이나 계산 안에 갇혀 계시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간은 이미 교회 안에서까지 신앙의 성장이나 하나님의 은혜를 숫자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개념 단위로 계산해 보려고 한다.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학생은 전교 1등이어야 하고 나머지 학생은 은혜를 충분히 얻지 못한 사람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축복은 많음과 적음이라는 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는 부족함이 없이 충만한 상태를 말하는데 절대로 많음의 개념과 동일하지는 않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죽음 앞에서 몇 15년의 생명 연장을 받은 히스기야 왕의 이야기는 절대로 15라는 숫자가 초점이 될 수 없고5천명을 먹이신 오병이어의 사건에서 오천, 만 오천 등의 숫자는 중요하지가 않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에게 주님을 목자로 믿고 따르는 자에게 결코 부족함이 없다는 말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2015년이라는 한 해를 살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숫자만 붙들고 집착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숫자의 변화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의 충만함을 세어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숫자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의 깊이와 경륜을 잴 방법은 없다. 그 분에겐 아무 것도 없는 절대 무까지도 온 우주만물을 창조하시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집착하던 숫자에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 주님의 은혜의 문으로 들어가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