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소화력을 키워라

 


강윤구 목사

012416/칼럼


 

몸이 건강한 사람은 대개 소화력이 좋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기 보다는 먹는 음식들을 잘 소화시켜 몸에 필요한 양분을 잘 섭취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위가 감당하지 못하고 장이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좋은 음식의 양분이 신체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해서 몸은 점점 기력을 잃게 된다. 즉 그 음식은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먹고 마시는 것에 지나치리만큼 신경을 쓴다. 하지만 결국 좋은 먹거리를 먹는 것만으로 건강을 지킬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만다. 소화력이 없는 위장으로는 줘도 못 먹게 된다. 건강에 신경을 쓰지만 전혀 건강하지 못한 몸과 맘으로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양한 먹거리를 소화시킬 수 있는 소화력을 키워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소화제라도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적인 차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신앙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거나 기도생활을 통해 응답을 받아도 신앙의 소화력이 부족해서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뒤쳐지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 영의 양식을 받아도 씹어 넘기지 않거나 영혼의 위장이 소화시키지 못하고 갈등과 고민 속에 신트림만 해댄다. 심지어 우격다짐으로 삼킨 말씀이 있다 해도 소화되지 않은 채 다 쏟아져 나오고 만다.

신앙생활은 열심이나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신앙생활의 피로도가 더 쌓이게 된다. 신앙생활 자체가 자신의 삶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도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의 영적인 소화력은 무엇으로 키울 수 있을까? 작은 일에 기뻐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삶의 태도가 있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손바닥만한 구름을 보면서 앞으로 내려주실 소망의 단비를 바라볼 수 있는 소망의 가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나님이 허락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기대할 수 있고 고난이라 할지라도 인내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신앙의 소화력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주신 작은 것 하나를 소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비록 하나님이 다섯 달란트를 꿈꾸며 사는 자신에게 단지 한 달란트만을 주신다 할지라도 기쁨과 감사함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피하고자 했던 십자가를 지게 되더라도 감사와 찬양으로 순종할 수 있는 맘이 있어야 1만 달란트를 다룰 수 있는 신앙의 리더로 복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나님이 주는 모든 것을 입맛에 따라서만 받아 먹으려 하면 영적 거식증에 걸려 기진맥진한 인생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알고 보면 우리가 아는 위대한 신앙인들은 갑자기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 아니라 모든 것을 믿음으로 감사함으로 받을 줄 알았던 신앙의 소화력이 좋았던 사람들이다. 요셉이나 다니엘, 다윗이나 바울 등 그들은 고난을 씹어먹고도 소화시켜 영적 거인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다. 오늘 나에게 주신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자. 그리고 잘 받아 먹고 소화를 시킬 수 있도록 감사의 마음을 갖자.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것은 모두가 최선의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