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만 남겨라
강윤구 목사
최근 한국 사회는 한 신학대학 교수인 목사가 저지른 자녀 학대와 살인 그리고 시신 방치의 문제를 이슈 삼아 열띤 논쟁, 아니 비난과 독설이 가득하다. 그 결과 교회와 선교 사역지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목사들은 복음을 증거하고 선교하는 일은커녕 어디서 목사라고 자신을 밝히는 일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빠졌다. 안타깝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그것이 아니다. 모두가 비이성이고 감정적인 언어로 무장한 채로 특정 대상을 공격하고 있을 뿐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0여년 사이에 ‘교회’, ‘장로’, ‘목사’같은 단어들은 증오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교회를 떠나거나 교회 지도자들과 갈라선 이들은 기독교 신앙, 목사, 장로 등의 단어에 진저리를 치며 교계의 사람들과 그들이 하는 모든 일들에 반대하는 일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교계의 반응조차도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다. 아니면 그저 신앙 없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목소리 정도로 취급하며 상황을 중히 여기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그 동안 놓치고 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모두들 특정한 이름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목사나 장로라는 명패 때문에 화를 내거나 존경하거나 맘이 상한다. 그들이 욕을 먹는 이유도 그 이름들 때문이고, 그들이 존경을 받고 대우 받는 이유도 그 이름들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목사가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하거나 “그래도 내가 목산데”라고 말하면서 그 목사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죄 많은 인간, 구원받아야 할 한 영혼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예수님은 “어떻게 너희 제사장들이, 너희 바리새인이 그럴 수 있느냐?”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하나님을 믿고 율법을 지키는 유대인이 어떻게 대낮에 간음할 수가 있느냐?”라고 하시지 않으셨다. 그분은 항상 죄 가운데 있는 한 영혼을 바라보고 계셨다. 죄가 드러난 자리는 죄인을 향해 화만 내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그가 누구든 죄지은 영혼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가에 관심이 집중되어야 한다. 같은 죄인인 나 자신의 맨 얼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죄를 미워하고 사람은 미워하면 안 된다.
목사, 변호사, 장로, 국회의원, 의사, 대학교수 등등의 이름은 항상 껍데기일 뿐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의 본질은 하나님과 이웃 앞에서 의인일 수 없는 ‘죄인’일 뿐이다. 우리는 죄의 현장에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이름을 폐기하고 인간의 죄의 본성에 집중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남겨야 할 이름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이다.
자신의 모든 이름을 폐기하고 주님의 이름만 남겨놓은 사람이 ‘크리스천’ 아닌가? 크리스천은 특정한 직분이나 이름의 힘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다. 좋은 신앙을 가진 사람은 자랑할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인 사람이다. 목사가 되든 박사가 되든 어떤 이름 뒤에 숨어도 그리스도를 자랑하지 않는 자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오히려 사도 바울이나 안디옥교회의 성도들처럼 자랑할만한 모든 이름을 배설물처럼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 앞에 무릎 꿇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