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람의 심정으로 살기

 


022116 강윤구 목사 칼럼

 



뱃사람들은 때를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이다. 현재의 물때는 언제인지 고기를 잡으러 나가거나 출항할 시기는 언제이고 조개를 주으러 나갈 때는 언제인지 그들은 항상 이 때를 기억하고 기다리며 산다. 그래서 어찌 보면 그들은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성도들과 비슷한 삶의 양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어렸을 적 나는 자월도라는 인천 앞바다 옹진군내에 있는 작은 섬 출신인 아버지의 가족들을 통해서 섬사람들의 삶, 뱃사람들의 삶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휴가철이나 되어야 바닷가에 가는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물고기들의 이름이며 그 물고기들을 언제 잡아 어떻게 먹는지 등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쪽의 친가의 식구들이 인천과 섬을 오가며 반드시 서로 확인하고 알려주고 기억하는 무엇이 있었다. 그건 바로 물때였다.

물때라 함은 조수간만의 차가 있는 곳에서 바닷물이 시간에 따라 해수면의 높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 해수면의 높낮이에 따라 부르는 때의 이름이다. 예컨대, 만조, 간조, 사리, 조금, 무시 같은 말들이다. 이 때를 맞추지 못하면 큰 배를 가지고 있어도 소용이 없고 그물질을 잘 하는 유능한 뱃사람도 만선의 꿈을 절대 이룰 수 없다. 그들 개인의 시간은 전적으로 하늘의 때에 달려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늘의 시간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다.

물때에 귀기울이고 신경을 쓰며 사는 섬사람들, 뱃사람들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 앞에 겸손하다. 그렇게 겸손한 사람만이 어업을 할 수 있고, 항해를 할 수 있고 바다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아무리 큰 배를 가졌어도 어부생활의 경험이 수십년이라 해도 물때를 모르고 무시하는 사람들의 생명은 태풍 앞에 선 종이배에 불과하다.

성도는 주님의 우리를 향한 계획과 섭리 그리고 그 역사하심의 때를 바라보고 기억하며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뱃사람들의 삶의 양태와 너무나 유사한 삶의 방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뱃일을 하거나 물질을 할 때 자신의 시간표가 아니라 물때를 따라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도가 거룩한 성화의 길을 가면서 주님의 은혜를 누리는 삶을 살고자 할 때엔 반드시 하나님의 시간인 카이로스의 때에 순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의 성도들은 자기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래서 교회생활, 가정생활, 사회생활마저도 자신이 주인이 되어 자신이 정한 때를 따라 살지 못하면 맘이 편치 못하다. 우리는 물론 엘리아나 사도 바울이 아니기에 주님의 때를 항상 기억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주님의 때를 알고자 애쓰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성도들이 뱃사람의 심정으로 사는 삶의 방법을 배워 주님의 뜻과 계획과 섭리에 관심을 갖고 그 때를 기다리며 산다면 반드시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충만함을 누리게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