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담는 그릇이 중요한가 아니면 그릇에 담긴 음식이 중요한가? 이 질문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질문같이 논리적인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질문과 달리 그 해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음식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릇은 음식을 담기 위한 수단이고 방편이기 때문이다. 음식이 있고 그릇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릇은 음식 때문에 있고 음식을 위하여 존재한다.


이 질문은 성도인 우리의 신앙생활 속에서는사람이 중요한가 복음이 중요한가의 질문으로 바꾸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성도는 예수님께서 주신 지상 명령에 따라 복음을 담아 전하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복음을 온전하게 담을 수 있는 깨끗한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자면 복음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성도가 가지는 거룩함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 속에서도 복음을 증거하고 전달하는 성도 자신이 복음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그릇이 음식보다 더 중요해져서는 안 된다. 그릇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성도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거룩함과 깨끗함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복음보다 복음을 담아 전하는 성도 자신이 더 중요해 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교계의 모습을 보면 복음보다 복음을 전하는 특정 설교자나 복음에 대한 명쾌한 해설을 담은 신앙서적이 복음이나 성서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앞과 뒤가 바뀌고 머리와 꼬리가 바뀐 격이다. 때론 예수님보다 유명 부흥강사와 저명한 신앙서적의 저자가 더 관심을 받게 되는데 이런 일이야말로 주객이 도치된 상황일 것이다.


그릇도 중요하고 복음을 담아 전하는 성도도 중요하다. 물론 그릇이 음식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음식이 그릇보다 더 중하지 않은 것처럼 복음보다 사람이 더 사랑을 받고 성서보다 성경공부 교제가 더 관심을 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젠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젠 복음을 전하는 방법에만 관심할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일을 실제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복음 자체가 능력이고 생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