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때, 카이로스(Καιρός)

 4/10/2016 

송한미 전도사


한국에 있던 지난 2년 여의 시간들 중, 내가 하나님께 했던 기도 중 가장 많은 부분은 바로‘하나님, 비자가 빨리 해결되어 그 곳에 가서 사역할 수 있게 해주세요.’ 였다. 미국과 한국을 왔다갔다하는 남편에게 말로만 들은‘어번’이라는 도시가 매우 궁금했고, 교회 홈페이지에서만 보았던 어번감리교회 성도님들이 정말 만나고 싶었다. 첫해는 그렇게 조급한 마음들을 잔뜩 가지고 정신 없이 보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주님은 나에게 인내를 배우게 하셨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며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평안을 허락해 주셨다.

길고도 길었던 그 시간들 가운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때에 비자 승인이 나고, 인터뷰를 하고, 007작전을 펼치는 듯 극적으로 여권을 받아 하루 만에 짐을 싸고 비행기를 탔던 그 시간들...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내가 지금 어번에 가족들이랑 다같이 있는게 꿈인지 실제인지 아직도 잘 실감이 안 나.”  어번에 와서 한동안 남편이 나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미국생활이 처음은 아니지만, 너무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이 삶은 쉬운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이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서류들은 왜 이렇게 많고 우리 네 식구가 들어가서 살 집 하나 구하는 것은 또 뭐 이리 어려운지... 그런데 그 와중에도 하나님은 우리 가정을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하셨다. 목사님과 사모님, 많은 성도님들의 사랑과 도움으로 매일매일 풍족하게 채워주셨고, 생각보다 빨리,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집에 들어가게 하셨으며, 그렇게 정신이 없는 중에도 아이들이 힘들어하거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켜주셨다.

어번에 온지 어언 4개월을 향해가는 지금,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하나님의 때에 이루어진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이 교회에, 또한 우리 가정의 삶에 가장 적절한 때에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이 곳에 오게 하셨고 사역을 시작하게 하셨으며, 그 모든 과정 가운데에서 우리 가정이 그 전보다 더욱 더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의 섭리를 알아가게 하셨다.

내가 원하는 그 무언가가 사람이 정한 시간, 내가 생각한 때에 이루어지지 않을 때 성도가 해야 할 것은 하나님께 투정부리듯 기도하는 것이 아니다. 주님께서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나의 인생과 우리 가정이 나아가야 할 길들을 모두 계획하시고 이끄시는 그분의 시간을 기다리며 내가 처한 상황에 감사함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갈 때에 우리의 마음이 평안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진리를 알게 하셨음을 고백한다.

모든 가장 좋은 것들이 활짝 피어나는, 가장 완벽한 때를 알고 계시는 하나님의 지혜를 신뢰하며 인내하는 성도가 될 때 그 분의 계획 안에서 우리의 인생이 더욱 아름답게 피어날 것을 확신한다.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이끄실 것을 믿으며 하루하루를 감사함으로 살아갈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전도서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