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쌓기

 

060516/칼럼

 

지난해 가족들과 바닷가에 갔을 때의 일이다. 바닷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래성 쌓기 놀이에 푹 빠져버렸다. 모래사장에 글을 쓰기도 하고 성을 쌓기도 하며 너무 즐거워했다. 하지만 쌓아 올린 성이 모래성이라는 사실은 곧 그 성과 그 성을 만들며 즐거워하던 시간이 영원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런데 그저 한두 번의 파도에도 스러져버리는 모래성과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은 인생의 바닷가에서도 여전히 여러 가지 명목 하에 또 다른 모래성들을 쌓아 올리고 있다. 마친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의 당연한 모습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정성껏 쌓아 올렸던 평생의 수고, 땀의 결과물들은 인생에 닥쳐 온 두어 번의 파도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버릴 뿐이다. 이 모래성 쌓기의 결과는 어찌 보면 하나님의 뜻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이 종국에 맞이하게 될 당연한 모습이다.


모래성을 쌓는 일은 그 쉬운 만큼이나 무너지는 것도 한 순간이다. 분명 노력과 땀과 수고와 기쁨과 영광이 눈에 보이는 듯하고 몸으로 느끼고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듯하지만 그 실체는 결코 남지도 존재하지도 않는다. 마치 바람과도 같다. 이미 전도서를 쓴 저자는 이런 인생의 어리석음을 두고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라고 했으니 그(솔로몬)는 분명 많은 인생들의 헛된 노력의 결과를 간파했던 것이 분명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있다. 이 진리를 깨달았던 솔로몬도 자신의 인생의 말년에 그 어리석고 헛된 모래성을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깨달음은 깨달음일 뿐인 것이다. 깨달음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지 못하면 우리는 머릿속에서만 일어나 그 깨달음이 마치 삶의 통전적인 변화라도 되는 듯 착각하기 마련이다. 지혜의 왕이라 불렸던 솔로몬조차, 인생의 허무함을 이미 분석해냈던 지혜의 왕조차 넘어졌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의 지혜자라 불리던 그가 넘어졌다면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물질의 복과 영광 등을 모두 탕진해 버렸다면 우리도 넘어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오늘을 사는 신앙인인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인생은 열심과 성실로 무언가를 계속 쌓아 올리는 일일 수 없다. 우리가 쌓아 올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바처럼 평생 수고하여 곡간에 쌓아 둔 것이 많을지라도 그날 밤 하나님께서 불러가시면 이 또한 헛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헛되지 않은 영원한 것, 하나님의 계획하신 바를 위해 힘써야 할 때다. 이제는 멋진 모래성이 아니라 오히려 별볼일 없어 보여도 견고한 믿음의 반석 위에 서는 일이 더 중요한 일임을 깨달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