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을 열어주소서

 

071716/칼럼

 

사람이 눈으로 무엇인가 본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눈이 좋은 사람은 멀리 보고 작은 글씨도 읽을 수 있는 반면, 눈이 안 좋은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어도 그 답을 읽을 수가 없고, 그래서 당연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야맹증이 있는 사람은 밤엔 잘 보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미래를 보는 눈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현재를 보는 눈도 과거를 보는 눈도 없어서 항상 헛다리만 집으며 산다. 마찬가지로 영적인 눈이 열리지 않은 신앙인은 자신의 육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이땅의 세계만을 보면서 살기 때문에 자신이 볼 수 있는 환경 안에 갇혀 살 수밖에 없고 그 밖의 세계, 그 너머의 세계는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한 사건이 있었다. 테니스장에서 써브를 넣다가 라켓으로 내 무릎을 때린 것이다. 그 순간 얼마나 아팠던지……. 너무 아파서 몇 분간 일어나지도 못했다. 심지어 글을 쓰는 지금도 부어 오른 무릎인근에 얼얼함이 가시질 않는다. 이런 일이 발생한 건 몸이 피곤해서 또는 테니스가 서툴러서라고 예상하기 쉽지만 사실은 안경 때문이었다. 평소보다 도수가 많이 낮은 안경을 쓰고 써브를 넣으면서 공을 라켓의 중심에 잘 맞추지 못하면서 더 집중해서 힘을 주어 친다는 것이 그만 내 왼쪽 무릎을 치고 만 것이다. 잘 맞는 안경을 쓰고 운동을 했다면 잘 보였을 것이고 실수가 없었을 것이다.


얼마 전 맹인들의 눈에는 무엇이 보일까하는 생각에 여러 글들을 찾아 보던 중, 오타와 대학의 한 교수가 쓴 편측 무시(hemi-spatial neglect)로 인한 반맹증 환자의 시야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는데 놀라웠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엔 맹인들의 눈에는 온통 까맣고 어두운 밤만 계속된다고 생각을 하지만 교수의 말에 따르면 맹인들은 아예 까맣다거나 어둡다는 개념, 혹은 색깔 관념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한다. 뇌졸중으로 인해 오른쪽 뇌가 다쳐서 반맹증이 온 사람의 경우 그들의 눈에는 왼쪽편의 시야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왼쪽이 안 보인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아예 오른쪽만 보이는 시야가 자신이 보는 전부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렇다. 영적인 눈이 어두우면 엘리사의 시종 게하시(왕하 6:8-23)처럼 나를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 천군천사들이 둘러 지키는 것을 볼 수 없고 그래서 두려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편측 무시로 인해 반맹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마냥 영적인 장님이 되어 자신이 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불안해 하거나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교만하게 행동해서도 안 된다. 이제 나를 지으신 그 분이 보여주시고자 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그분, 우리의 하나님에게 나의 눈을 열어주소서하고 기도해야 한다. 덧없이 헛된 세상의 안경들을 갈아 쓰고자 해서는 안 된다. 나의 눈을 열어주시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