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복기(復棋) 하자

 

090416/칼럼

강윤구 목사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때론 마치 바둑 기사들이 수천 개의 대국을 접할 때마다 복기하며 수를 찾는 것과 같다. 누군가의 바둑 기보를 읽어가며 이미 끝난 바둑을 복기하는 일은 바둑에 입문한 문하생들만 하는 일이 아니라 심지어 세간에서 내로라하는 바둑의 고수들도 하는 일이다. 복기가 곧 배움이고 성장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복기라는 건 한 수 한 수 놓여진 흑돌과 백돌의 추이를 살펴 그 수가 신의 한 수였는지 패착이었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여 배우는 일이기에, 성장을 원한다면 복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가로 세로 각각 열아홉 개의 자리가 있는 바둑판에서 흑과 백이 찾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10 360승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거의 무한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둑계의 최고수라 하는 사람들도 바둑 대국이 끝나면 복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함께 서로 물으면서 복기를 한다. 한 번 이기고 지는 것에만 의미를 두지 않고 그 경기를 통해 배우며 한층 더 성장하는 것이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부모의 인생과 앞서간 스승의 삶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자신의 지난 시간도 복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마도 일기를 쓰는 일은 그런 종류의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하물며 눈에 보이지도 않으시며 우리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말씀과 뜻대로 살아가는 일이랴.


성도의 삶이 무작정 열심으로 하거나 빠른 두뇌 회전만을 믿고 애써서 감당할 일일 수 없는 것이라면 마땅히 하나님의 계시하신 뜻에 따라 사는 일을 알기 위해 이미 드러난 신앙의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눈 여겨 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성도로 사는 사람은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통해 이스라엘을 복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성경을 통해서, 그리고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유대 민족의 역사를 통해서, 성경 속 인물들을 통해서 마치 바둑을 두듯 복기를 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실패를 통해 머리, 성실, 열심, 매뉴얼로 하는 게 아님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는 일이란,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얼마나 말씀을 통해 복기하여 배울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는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민족과 개인의 행적을 복기하며 더 지혜롭게 인생을 살아야 된다. 그러므로 이젠 얄팍한 처세술을 들여다볼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을 읽어야 할 때다. 그리고 이스라엘을 복기하여 복된 성도의 삶을 살아야 하겠다.